말 안 통하는 개발자와 싸우지 않고 ‘의도’대로 구현시키는 법 (기획자 필수 커뮤니케이션)
말 안 통하는 개발자와 싸우지 않고 ‘의도’대로 구현시키는 법 (기획자 필수 커뮤니케이션)
기획서와 Figma 시안을 정성껏 준비해 Handoff 미팅에 들어갔는데, 시작 10분 만에 이런 말을 듣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획대로 다 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립니다. 기능 좀 빼서 다시 전해 주세요.”
머릿속이 하얘지죠. ‘이 기능이 빠지면 서비스가 안 돌아가는데…’, ‘현업에는 뭐라고 설명하지…’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이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속으로 ‘개발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 아닌가?’라고 오해하기도 했고, 제 기획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며칠을 자책하며 기획서를 고치고 또 고쳤거든요. 하지만 수많은 충돌 끝에 깨달았습니다. 이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와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라는 것을요.
여기서 “왜 안 돼요?”라며 감정적으로 맞붙으면 소모적인 기싸움이 되고, “네, 알겠습니다…”라며 무조건 물러나면 기획의 본질이 증발해 버립니다.
오늘은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방법, 즉 개발자와 싸우지 않으면서도 기획의 ‘의도’를 끝까지 지켜내는 실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 목차
- 개발자의 “1년” 뒤에 숨은 진짜 의미 해석하기
- “기능”이 아니라 “비즈니스 임팩트”로 대화하기
- ‘안 된다’를 ‘어떻게 하면 된다’로 바꾸는 질문 템플릿
- 기획서와 Figma를 ‘그림’에서 ‘설계도’로 바꾸는 방법
- Handoff 미팅을 ‘전달’이 아니라 ‘합의’로 만드는 진행 스크립트
- 최종 체크리스트 + 자주 묻는 질문(FAQ)
1) 개발자의 “1년” 뒤에 숨은 진짜 의미 해석하기
개발자가 “1년 걸린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의 본체는 종종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입니다. 즉, 하기 싫다는 선언이 아니라 리스크 경보인 경우가 많아요. 기획자는 이때 “왜요?” 대신, 병목을 꺼내는 질문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 병목 파악 질문 5종 세트
- “가장 공수가 큰 구간이 어디예요?” (핵심 병목 지정)
- “그 공수가 ‘개발’ 때문인지 ‘검증/리스크’ 때문인지요?” (불확실성 분리)
- “API/레거시/데이터 중 어디가 제일 위험해요?” (원인 분류)
- “최악의 시나리오가 뭔가요?” (개발자의 머릿속 괴물 꺼내기)
- “1년을 3개월 단위로 쪼개면, 첫 배포에 꼭 필요한 건 뭐죠?” (쪼개기 트리거)
여기서 핵심은 “개발자 vs 기획자” 구도가 아니라, 불확실성 vs 납기 구도로 프레임을 바꾸는 겁니다. 대화를 이렇게 바꾸면, 싸움 에너지가 설계 에너지로 바뀌어요. 🔧
2) “기능”이 아니라 “비즈니스 임팩트”로 대화하기
“기능을 빼세요”라는 말은 사실상 “우선순위를 합의합시다”라는 요청입니다. 이때 기획자가 모든 기능을 1순위로 들고 있으면 대화는 멈춥니다. 반대로 비즈니스 임팩트로 말하면, 개발자도 판단 기준이 생깁니다.
✅ 임팩트 언어로 바꾸는 말투 예시
-
(기능 중심) “이거 꼭 넣어야 해요.”
(임팩트 중심) “이 기능은 구매 전환에 직접 영향이 있어요. 전환 퍼널에서 ‘이탈 지점’을 막는 역할입니다.” -
(기능 중심) “관리자 자동화도 필요해요.”
(트레이드오프) “관리자 자동화는 이번 차수에 엑셀 업로드로 대체하고, 핵심 로직만 먼저 가죠.”
✅ 우선순위 합의에 강한 프레임: “MVP-고도화-운영개선”
- MVP: 고객 가치가 바로 발생하는 핵심
- 고도화: 성능, 자동화, UX 개선
- 운영개선: 내부 편의 기능, 관리자 고급 기능
개발자와 싸우지 않고 기획 의도대로 구현하려면, “기능의 존재”를 주장하기보다 가치의 위치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게 기획자 커뮤니케이션의 힘이에요.
3) ‘안 된다’를 ‘어떻게 하면 된다’로 바꾸는 질문 템플릿
개발자가 방어 모드에 들어가면, 어떤 말도 “안 됨”으로 귀결됩니다.
이때 기획자가 사용할 마법 주문은 이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일정 안에 배포할 수 있을까요?”
질문의 목적을 “반박”에서 “공동 해결”로 바꾸면, 개발자는 ‘방패병’에서 ‘해결사’로 역할이 바뀝니다.
✅ 상황별 질문 템플릿 6개
- “A 방식이 어렵다면, 더 효율적인 B 방식이 있을까요?”
- “이번 차수에는 핵심 로직만 넣고, 나머지는 다음 스프린트로 분리할까요?”
- “리스크가 큰 부분만 PoC(검증) 먼저 하고 확정하는 흐름은 어때요?”
- “예외 케이스를 어디까지 커버하면 ‘출시 가능’ 기준으로 볼까요?”
- “성능/보안/데이터 측면에서 최소 요건이 뭐예요?”
- “이 기능의 핵심 ‘의도’가 유지되려면, 최소 UX는 어디까지일까요?”
포인트는 “내가 맞다”가 아니라 “우리 둘 다 이기자”입니다. 이 질문법 하나로 기획자 커뮤니케이션 온도가 내려가고, 의도대로 구현될 확률이 올라갑니다. 📈
4) 기획서와 Figma를 ‘그림’에서 ‘설계도’로 바꾸는 방법
개발 기간이 폭증하는 대표 원인은 “모호함”입니다. 화면은 예쁜데, 개발자가 구현해야 할 규칙이 비어 있으면 개발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일정을 길게 잡습니다. 그래서 Handoff의 핵심은 “디자인 전달”이 아니라 규칙 전달입니다.
✅ ‘설계도’로 인정받는 필수 요소
- 상태 정의: 기본/로딩/빈값/에러/권한없음/네트워크 실패
- 조건 규칙: 노출 조건, 활성화 조건, 입력 제한, 예외 처리
- 데이터 규격: 필드 타입, 길이 제한, 정렬 기준, 페이징
- 인터랙션: 클릭 시 동작, 토스트/모달 문구, 실패 시 재시도
- 수치 스펙: 여백, 폰트, 컴포넌트 규칙(오토 레이아웃, 토큰화)
✅ 개발자가 “심리적으로 공수 적다”고 느끼는 Figma 전달 팁
- 오토 레이아웃으로 간격 규칙을 통일 (개발자가 재측정하는 시간 감소)
- 컬러/폰트 토큰화로 “이 값이 맞나?” 질문 차단
- 컴포넌트 Variants로 상태(Disabled/Loading/Error) 한 번에 제시
- 예외 케이스 프레임을 별도 페이지로 묶어 “리스크”를 정면으로 다루기
정리하면, 개발자와 싸우지 않고 의도대로 구현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말”을 늘리는 게 아니라 “규칙”을 늘리는 겁니다. 규칙이 늘면 오히려 회의 시간이 줄어요. (아이러니가 아니라 물리학입니다) 🧪
5) Handoff 미팅을 ‘전달’이 아니라 ‘합의’로 만드는 진행 스크립트
Handoff 미팅을 “설명하는 자리”로 만들면, 개발자는 듣기만 하다가 마지막에 폭탄을 던집니다. 반대로 “결정하는 자리”로 만들면, 논점이 정리된 상태에서 합의가 납니다. 아래 스크립트대로만 굴려도 기획자 커뮤니케이션 품질이 확 올라갑니다.
✅ 30분 Handoff 표준 진행(현실 버전)
- (5분) 목표 합의: “이번 배포의 성공 기준은 무엇인가요? 전환/유지/운영 중 어디에 무게를 둘까요?”
- (10분) 병목 확인: “가장 공수 큰 구간 1개만 찍어주세요. 왜 큰지도요.”
- (10분) 트레이드오프: “MVP를 지키는 대신, 운영/고도화는 어디서 줄이면 일정이 확보되나요?”
- (5분) 결정 기록: “이번 차수 포함/제외, 다음 차수 이관, 리스크와 가정, 담당자 액션을 정리하겠습니다.”
✅ 회의 끝나기 전에 꼭 남길 4줄(이게 없으면 다음날 기억이 증발합니다)
- 이번 차수 포함: 무엇
- 이번 차수 제외: 무엇(대체안 포함)
- 리스크/가정: 무엇이 확정이 아니고 무엇을 검증할지
- 액션 아이템: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6) 최종 체크리스트: 싸우지 않고 ‘의도대로 구현’시키는 기획자 루틴
- 개발자의 “안 돼요”를 병목 질문으로 분해했다
- 기능 주장이 아니라 비즈니스 임팩트로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로 공동 목표를 만들었다
- 기획서/Figma에 상태/조건/예외/데이터 규칙이 들어갔다
- Handoff는 전달이 아니라 합의로 끝냈고, 결정 기록을 남겼다
개발자와의 소통은 기싸움이 아닙니다.
기획자는 사용자 가치를 대변하고, 개발자는 기술적 안정성을 책임집니다.
“1년 걸린다”는 말은 상처가 아니라, 내 기획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신호입니다.
결국 이 글의 결론은 하나예요.
싸우지 말고, 병목을 잡고, 임팩트를 말하고, 규칙을 박아라.
그러면 ‘말 안 통하는 개발자’도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합니다.
“이 정도로 정리돼 있으면… 해볼 만한데요?” 😄
FAQ
Q 개발자가 계속 “불가능”만 말해요. 어떻게 시작하죠?
A “불가능한 이유”를 묻기보다 “가장 위험한 가정이 뭐예요?”로 시작하세요. 불가능은 보통 ‘기술’이 아니라 ‘불확실성’에서 나옵니다.
Q 의도는 지키고 싶은데, 일정이 진짜 촉박해요.
A 의도를 기능으로 고정하지 말고 사용자 가치로 고정하세요. 예: “자동 추천”이 의도가 아니라 “선택 피로를 줄인다”가 의도라면, 룰 기반 추천으로도 1차 배포가 가능합니다.
Q Handoff 이후에 자꾸 해석이 달라져요.
A 회의록에 포함/제외/리스크/액션 4줄이 없어서 생기는 증상일 확률이 큽니다. 또, Figma에 상태(로딩/빈값/에러) 프레임이 없으면 구현 중에 해석이 갈립니다.
Q “이건 당연한 거라 안 적었는데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A “당연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특히 개발에서 당연함은 버그의 별명인 경우가 많아요. 사용자 문장 1줄로 규칙을 못 박아두면 질문이 줄어듭니다. 예: “저장 실패 시, 3초 토스트 후 재시도 버튼 노출”
